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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전 병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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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지친 기분이 든다. 그냥 사라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사실 이런 생각까지 한 건 아니지만 이런 기분으로 있자니 내가 죽는다고 누구 하나 슬퍼할 사람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슬퍼할 사람이 있을 것 같긴 하네.
가까운 누군가가 죽음을 맞이한,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사람들은 그리 흔하게 존재하지는 않는다. 언젠가 뜬금없이 든 생각인데, 나는 나의 가까운 누군가가 죽는다면 슬플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물론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일이고, 절대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을 폄하하거나 무시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내가 그런 일을 겪는다면 슬프긴 하겠지만, 영화의 감동적인 장면을 보는 것처럼 눈물이 난다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아마 그 순간, 또는 그 장례식, 또는 사람들의 시선, 이 아니라 항상 함께 했던 시간들에 그 사람이 없다는 사실로 인해 극심한 비통함에 빠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 내가 죽는 것은 누군가 슬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서 도망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한발짝 물러서서, 만약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생각은 어떨까. 잠시만 생각해봐도 아무 의미 없는 주제이지만, 지금 나의 감정 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아주 마땅한 주제다. 이런 감정 상태는 어떻게 해서든 나의 무의미함을 증명하고 싶어하고, 쓸모 없음, 혹은 대체 가능이라는 결론을 얻어내고 싶어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쓸데 없는 생각은 그만 하자. 내일은 또 바쁜 하루가 시작될 거고, 식스는 또 관리할 일이 생길거고, 어쨌든 이래 저래 피곤할테니 빨리 다음 주 월요일까지인 신장비뇨기 실습 과제나 하고 잠이나 자자. 이번 주말도 바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