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1

카테고리 없음 2014. 11. 12. 02:29

3일 연속 음주라니... 사려야지 그리고 오늘은 또 왜 이리 할일이 없냐

원래 합주가 있었는데 날아가서 그런가 근데 그거 있어도 낮에 할 일이 없는 거였는데 하



난 차가움 속에 있는 걸 좋아한다. 그게 물리적인 차가움이든 정신적인 차가움이든

그런데 오늘 깨달은 것은 이렇게 차가움 속에 있는 걸 좋아하는 나도 가끔씩은 사람의 온기 안에서 살아가고 싶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놀랐다. 물론 사람이란 변하는 존재이지만, 내가 그 따뜻함 속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에 놀랐다.

최근에 많이 느끼는 거지만 지금까지의 나는, 내가 보고 들은 것들에 나를 투영시키려 많이 노력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전의 내 성격이나 말투나 그런건 잘 기억이 안나지만 아마 주변의 기대감이나 stereotype에 나를 맞추려고 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중학교 때부터 공부 잘하는 아이로'만(?)' 여겨져서 그 별명 안에 있는 차가움, 이성, 냉정함, 분석적이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에 나 자신을 맞추었다. 점점 확신이 든다. 그렇다. 나는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만든 인격, 이미지, 별명을 따라가지 않고 있었다. 남이 만들어 주는 것을 그저 받아먹을 뿐이었다. 마치 어미새가 먹이를 평생 물어다주는 것처럼 나 스스로 만들려하지 않고 '편승'했다. 그게 나에 대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정보를 제작하는데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대학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많이 변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 같다. 여기서는 내가 절대로 공부 잘하는 아이도 아니고, 내가 지금까지 쌓아왔고 들어왔고 그 안에서 살아왔던 이미지들, 그것이 필요없었다. 단지 나라는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중고등학교 때와 바뀐게 아니라, 이게 원래 내 모습이었던거다. 공부 잘하고 똑똑하고 분석적인 차윤호가 아니라, 감성적이고 음악을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차윤호가. 생각해보니 모든 문제의 근원은 여기에 있던 거 같다. 내가 나 자신, 나의 특성, 특기가 아니라 시험 점수와 그 '공부 잘함'에 내 identity를 두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중고등학교때는 그게 높은 수준에서 먹혀들어갔기 때문에 내가 높은 수준의 자신감―자만심―을 가질 수 있었지만, 그에 대비되어 지금은 자신감의 기반이 사라졌기 때문에 그 자신감도 사라졌고 역으로 열등감? 자괴감?이 약한 수준으로 생겨버린거 같다.



생각만 했을때는 정리가 하나도 안되고 그냥 짜증만 났는데 쓰다 보니까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쓴다는 것이 즐거움도 될 수 있지만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요즘 뭔가 여러가지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얘기를 누군가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좋을 수 있다는 것도 이해했고...

Posted by Ble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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