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02

카테고리 없음 2014. 12. 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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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 지난지 2시간 1분째다. 오늘은 화요일이고 리허설이 있을거고 밤엔 바쁘겠지. 이번주는 정말 바쁜 것 같다 공연과 공연 준비와 발표 준비와 시험 공부까지 겹쳐서. 그 와중에 오늘 미쳐 날뛰는 생활툰을 봤는데 거기 정말 내 생각과 비슷한 내용이 있어서 놀랐다. 20년 동안 거짓말같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만 살아왔지만, 진짜로 좋은 대학에 들어오고 나니 역으로 나 자신의 쓸모 없음을 깨닫는다. 고등학교 밴드부에서 나는 기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밴드부는 보통 실용음악과를 지망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썩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잘 하는 집단은 아니다. 그런 집단에 나 같은 인간이 껴 있으니 결과적으로 그들의 눈에는 공부와 밴드를 둘 다 하는 나는 공부하는 기계, 드럼치는 기계로 여겨졌을지 모른다. 물론 내가 그들보다 절대적으로 뛰어나다는 게 아니다. 뭐 내가 무슨 뛰어난 능력이 있어서 공부도 하면서 그들 같이 악기를 연주한 건 아니다. 고등학교 밴드부에서 뭐 어려운 걸 하겠나 사실... 또 그 친구들도 내가 전공할 거 아닌거 아니까 알아서 그냥 며칠 연습하면 되는 드럼 쉬운 노래 가져왔을 거다. 그런 식으로 나는 기계라고 불리며 2년을 살았고, 고3때는 공부에 집중하다가 대학에 왔다. 다행히 현역으로 왔다. 왔는데 거짓말처럼 그 기계라는 별명이 다시 나에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론 실제로는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애들을 볼때 뭔가 나와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vague할지라도 각자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이루고 싶은 것이 있고, 거기에 따른 방향성이 있더라. 그에 비해 나는 드럼 치는 기계, 공부하는 기계, 뭐하는기계뭐하는기계 빼고는 방향성이고 뭐고 없었다. 물론 지금은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도 없다. 어쨌든 그랬고, 그래서 아마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무한한, 끝없는 열등감에 빠진 게 아닐까 싶다. 오늘 영속적 행복의 총량 H = S + C + V라고 배웠다. 순간의 행복감이나 자아 존중감 따위는 H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아마 나는 SCV 세가지 다 낮은 게 아닐까

Posted by Ble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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